1. 이소플라본 – 식물에스트로겐(phytoestrogen)

’이소플라본‘은 ’에스트로겐’과 화학적인 구조가 비슷한 식물에스트로겐 (phytoestrogen)의 일종으로 섭취하였을 때 소화관 내에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되는 호르몬이다. ’이소플라본‘의 생리적 작용은 연령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몸속 ’에스트로겐’ 농도가 높으면 낮게 만드는 억제작용, 낮으면 높게 만드는 촉진작용을 통해서 몸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 폐경전의 여성은 ’에스트로겐’의 농도가 높아서 ’에스트로겐 수용체‘는 이미 점유되어 있으며,
 따라서 섭취한 ’이소플라본‘은 ’에스트로겐’의 농도를 약하게 하는 항’에스트로겐’ 작용을 통해 몸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 폐경 후의 여성은 ’에스트로겐’의 농도가 60%까지 감소하며, 섭취한 ’이소플라본‘은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결합되어 ’에스트로겐’의 농도를 높여주는 길항작용을 통해 몸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2. 갱년기 전 여성의 에스트로겐 우세증으로 생기는 나쁜 증세

1) 자궁근종(fibroid)
자궁벽 안쪽에 깔리어 있는 얇은 근육층 세포들이 과다성장하면서 매듭처럼 덩어리지는 것을 말한다. 50대 여자들은 조그마한 자궁근종 몇 개쯤은 가지고 있는 게 보통이며, 이런 자궁근종은 증상이 없지만, 덩어리가 커지면 하복부 통증을 일으키고 생리혈의 양을 증가시킨다. 미국 여성들이 자궁적출 수술을 받는 가장 흔한 이유가 자궁근종일 정도다.

2) 자궁선근종
자궁내막이 되어야 하는 세포들이 자궁의 근육층에 들어가 자리 잡는 것을 말한다. 자궁근종과 마찬가지로 자궁선근종도 흔하면서 아무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생리 때만 되면 극심한 생리통을 일으킨다.

① 자궁근종과 자궁선근종은 암이 아니다. 폐경 후에는 둘 다 저절로 사라진다. 다만 그때까지 마냥 손 놓고 기다리기가 힘들 뿐이다. 자궁근종과 자궁선근종은 말하자면 에스트로겐을 먹고 자란다. 폐경 후 에스트로겐 수치가 뚝 떨어질 때 근종도 사라지는 게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이 말을 뒤집으면 지금 당장 에스트로겐을 통제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도 된다.

② 이탈리아, 미국, 중국에서 수행된 세 건의 ‘여성건강역학조사 연구’ 모두 과일(특히 감귤류)과 녹색 채소를 많이 먹는 여성 그룹에서 자궁근종 발생 위험이 현저히 낮았다. 연구진은 과채류에 들어 있는 비타민과 무기질을 비롯해 다양한 천연성분이 큰 몫을 했으리라 짐작하지만, 정확한 기전은 아직은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3) 생리전증후군(PMS, premenstrual syndrome)
여자들이 대개 생리 며칠 전부터 겪는 다양한 신체 증상과 감정 증상을 총칭한다. 그 가운데 감정 증상이 유독 심한 경우를 ‘생리 전 불쾌감 장애(premenstrual dysphoric disorder)‘라 한다. 여기서 불쾌감이란 짜증, 화, 우울, 불안이 수시로 교차하면서 감정 기복이 격해지고, 집중력도 활기도 식욕도 뚝 떨어진다. 밤에는 잠도 잘 이루지 못 하는 상태를 뜻한다.

그러다 생리가 시작하면 모든 증상이 한순간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자궁내막층에서 혈류로 분비된 ’프로스타글란딘‘과 더불어 늘 이맘때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호르몬 수치의 변동이 몸과 마음을 가지고 노는 것이다.

* 조지워싱턴 의과대학 Neal D.Barnard 교수는 산부인과학 학술지 〈옵스테릭스 앤드 가이니컬러지 Obstetrics & Gynecology 〉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생리전 증후군‘ 및 생리통의 원인과 해결책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① 자궁은 매달 임신이 될 걸 대비해 에스트로겐을 마구 뿜어 내 자궁내막을 두껍게 다진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기다리다가 생리를 할 무렵이면 에스트로겐 수치가 수직 하락 하고 자궁내막에서 탈락한 세포들이 생리혈에 섞여 배출된다. 자궁내막층이 벗겨져 나오는 자리에서는 프로스타글란딘(prosta glandin)이라는 화학물질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아랫배를 쥐어뜯는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물질이다.

② 혈중 에스트로겐 수치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자궁내막이 필요 이상으로 두꺼워진다. 이것은 곧 월말에 프로스타글란딘이 더 많이 분비되고 생리통이 더 심해짐을 의미한다. 반대로 혈중 에스트로겐 수치를 낮게 통제하면 자궁내막이 덜 두꺼워지고 자연스럽게 프로스타글란딘 생성과 통증도 줄어든다.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③ 에스트로겐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는 음식이 있다. 요약하면 동물성 식품(육류 치즈와 각종 유제품, 달걀), 기름진 음식(튀김, 오일 기반 드레싱), 섬유소를 거의 함유하지 않은 식품(밀가루로만 만든 빵) 위주의 식단이 바로 에스트로겐 폭발의 주범이다. 이런 음식을 피해야 한다.

④ 체지방은 에스트로겐의 원천이다. 즉, 지방세포는 에스트로겐의 합성공장이다. 그러니 체지방을 줄이면 ’생리전 증후군‘ 및 생리통을 극복하는데 확실한 효과가 있다. 건강하게 체지방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저지방 식단으로 채식하는 것이다.

식이섬유는 소장으로 내려온 독소, 약물성분, 잉여 에스트로겐이 체외로 배출되도록 돕는다. 동물성 식품에는 그런 식이섬유가 전혀 들어 있지 않고, 유제품은 심지어 체내의 에스트로겐 합성을 증가시킨다.

3, 2011년, 하버드대학 주도로 수행된 ‘여성건강 역학조사 연구’

연구팀은 대규모 여성 집단을 대상으로 ‘생리전증후군’과 생리통에 관련된 질문을 설문지에 넣었고, 참가자들은 신체 증상과 감정 증상을 매달 며칠 동안 겪는지, 그리고 식이요법 후 변화에 대해 답한 것을 아래에 정리한다.

집계 결과, 2.9일 정도 지속하던 ‘몸이 붓는 증상’은 식이요법 이후 1.3 일로 크게 단축되었다. 감정과 기분까지 포괄하는 이른바 ‘행동 변화’ 문항의 경우, 설문지에 기재된 숫자는 초반의 1.7 일에서 식이요법 후 1.1 일로 짧아졌다. 많은 수의 참가자들은 증상이 더 일찍 사라질 뿐만 아니라 강도도 약해졌다고 답변했다. 여기에 체중 감량,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 기력 중가 효과는 덤이었다. 식이요법을 한 이후로 ’생리전증후군‘ 증상들 때문에 며칠 동안 웅크려 지내는 대신 제 몸을 스스로 건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4. 조지워싱턴 의과대학 ’Neal D.Barnard‘ 교수의 논문을 다시 정리해보면,

채식은 월경전증후군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
확실한 건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몇 가지 가능성이 짐작되고 있다.

① 식이섬유를 매일 30g씩 섭취한 여성 그룹은 챙겨 먹지 않은 대조그룹에 비해 유방암 등 에스트로겐 우세증에서 비롯되는 병들의 발병확률이 32%나 낮았다.

② 채식에서 섭취한 식이섬유는 소장으로 내려온 독소, 약물 성분, 과잉된 에스트로겐을 체외로 배출해서 혈중 에스트로겐 수치를 낮춘다. 전문가들은 채식하면 에스트로겐의 기복이 작아져 기분이 널뛰지 않게 된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③ 다음 단서는 에스트로겐 수치가 낮아진 것은 곧 덜 두꺼운 자궁 내막층을 의미한다는 사실이다.

④ 자궁내막이 과하게 두꺼워지지만 않으면 ’프로스타글란딘‘의 조류에 맥없이 휩쓸리다가 어느 순간에 정신을 차리는 짓을 매달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끔찍한 하복부 경련을 일으키고 기분을 축 처지게 만드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고약한 화학물질의 양은 바로 자궁내막의 두께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⑤ 이 논문의 결론은
*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해야 한다!
-과잉된 에스트로겐을 체외로 배출해서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를 낮춰주기 때문이다.

* ‘이소플라본’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 몸속 ’에스트로겐’ 농도가 높은 사람에게는 억제작용으로 농도를 낮춰주기 때문이다.

* 육류나 튀김 같은 지방질이 많은 식품을 피해야 한다.
- 지방세포는 에스트로겐 폭발의 주범이기 때문이다.